• 입력 2017.06.05 15:51
  • 수정 2018.01.19 16:45

임영재 가든디자이너

[월간가드닝=2017년 5월호] 전통정원과 원예 분야에 평생 몸담고 있는 임영재 가든디자이너를 자신의 정원 ‘유년의 뜰’에서 만났다. 정원입구에 놓인 석창포 잎이 햇빛을 받아 빛나고 있었다. 자연철학에
바탕한 전통정원 조성작업과 함께 여러 차례 전시와 강의로써 석창포 애호가로 알려진 그는 다가오는 고양국제꽃박람회장에서 석창포 전시를 앞두고 있다. <사진 장현숙 기자>

▲ 임영재 가든디자이너

생활정원의 시대가 왔다
어릴 적 평창동에서 자란 그는 자하문밖 아버지의 능금나무 과수원을 잊지 못한다. 원래 암반이 많은 그 일대에는 틈틈 텃밭도 많았던 서울 안 시골이었다. 유년시절에 대한 강렬한 기억으로 정원과 원예로의 길은 자연스러웠다. 그가 본격적으로 원예에 대한 꿈을 키우게 된 계기는 전통정원의 대가 운정 한도 선생을 만나면서부터다. 한도 선생은 일찍이 자연철학에 기반한 전통정원에 대한 조예와 연구로 조경과 원예전공 후학들을 양성했는데 심우경 고려대 교수도 그의 제자 중 한 명이다. 한도 선생
은 해방 이후 일본정원에 영향 받은 정원사들의 전통정원 양식을 타파하고 진정한 ‘한국의 멋’이 담긴 정원을 조성해왔다.

한도 선생의 영향으로 전통정원에 대한 이해가 깊어진 그는 한국적 멋이 묻어나는 정원 ‘세미원’과 ‘이화원’으로 결실을 맺게 되었다. 선생의 가르침으로 정원과 식물을 인문학적 태도로 바라보게 된 그는 옛 선인들이 가까이 두고 기르던 석창포 세계로 자연스럽게 빠져들었다. 대화하는 동안 한결같이 ‘생활정원’을 강조한 그는 “조경과 정원 분야가 이제는 나무와 꽃만으로는 부족하다. 그 안에 우리 문화가 흡수돼야 한다. 생활 속 정원이 필요한 때다”고 역설했다.

▲ 임영재 가든디자이너의 정원 안 비닐하우스에서 키우는 수많은 석창포

군자의 덕을 상징하는 석창포(石菖蒲)의 대중화
석창포는 천남성과에 속하는 식물로, 깨끗한 물과 햇빛을 선호하며 향기또한 고고하다. 그래서 예부터 선비들이 사랑했던 식물로 알려져 있다. 본초강목에도 기록될 만큼 뿌리에 포함된 정유 성분은 진정효과, 치매와 건망증 예방, 눈과 귀를 밝게 하는 등 탁월한 약성을 가질 뿐만 아니라 잎은 공기정화 역할도 한다. 조선시대 시인이자 화가인 강희안도 일찍이 그의 책 ‘양화소록’에서 고매한 잎을 보기 위한 석창포 관리법에 대해서 언급한 바 있다. 임영재 가든디자이너는 우리 옛 선인들이 이처럼 석창
포를 가까이하며 고고함을 다짐했듯 현대인의 일상 속 정원에서 석창포의 명맥을 잇고 그것을 대중화시키고 싶다고 말한다.

▲ 임영재 가든디자이너의 정원 '유년의 뜰'

그는 “한도 선생의 집에는 항상 사람들로 붐볐다. 그리고 그 가운데 석창포가 항상 있었다”고 회고한다. 예술과 문화의 중심에서 일상적으로 석창포를 공유하고 대화하는 것이 전혀 이상하지 않았던 옛 시절을 향수하며 지금 이 시대로 소환하고 싶은 지도 모르겠다. 열렬한 석창포 애호가였던 박종화 소설가에게서 처음 분양받아 번식시켜 나눔 해 온 그는 그동안 세 번의 석창포 전시회를 열었다. 지난해 상해에서 전시한 석창포 전도 대중적 호응이 높았다.

그는 “지난 2004년 세미원에서 석창포 전시를 가졌다. 김영란법을 제정한 김영란 판사가 유사를 맡았다. 예나 지금이나 석창포는 고매한 인격수양과 연결돼있는 품위 있는 식물이다”고 석창포를 왜 문방오우로 칭하는지 설명했다.

그가 가꾸는 평택 집 정원 ‘유년의 뜰’에도 석창포가 심긴 화분과 수반이 가득하다. 하우스 안에는 수백 개의 석창포가 물을 머금은 채 짙고 건강한 초록잎을 자랑하며 각기 다양한 모습으로 자라고 있었다. 석창포와 뗄 수 없는 또 하나의 짝은 돌이다. 그가 수집해온 특특한 모양과 색의 괴석과 함께 석창포는 남다른 정취를 자랑하고 있었다. 

고양국제꽃박람회에서 석창포 전시
임영재 가든디자이너는 4월 28일부터 열리는 고양국제꽃박람회장에서 석창포 전시를 가질 예정이다. 꽃박람회 방문객들에게 석창포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주며, 다양한 석창포종과 연출법을 알릴 예정이다. 이 기회를 통해 사철 푸르른 석창포에 대한 인문학적 이해를 높이는 것도 좋겠다. 석창포의 진수를 보여줄 이번 전시에 석창포 마니아들의 발길이 예고된다.

 

임영재 가든디자이너
운정 한도 선생의 제자로 자연철학을 전하는 조경인이자 원예인이다. 꽃문화진흥, 한국수석회, 한국분재협회등에 소속되어 30년 가까이 활동해 오고 있다. 전통정원에 대한 연구에 매진해온 그는 한국적 멋이 있는 양평의 세미원, 이화원 조경 등을 조성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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