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18.07.11 17:10
  • 수정 2023.09.24 19:16

[월간가드닝=2018년 07월호] 올해도 어김없이 여름이 왔다. 작년에도, 그전에도 왔었다. 정원을 관리하다 보면 아마도 여름에 가장 힘들게 생각되는 것이 제초작업이 아닌가 생각한다. 필자는 한 부서의 직원이기 이전에 정원을 관리하고 지키는 흔히 가드너라고 부르는 정원사이다. 외국의 정원들을 보면 한 가지 부러운 점이 있었는데 그것은 외국의 정원사들이 잡초를 제거하는 것을 잘 보지 못한 것 같다. 어쩌다가 보았더라도 아주 작은 풀들을 제거하는 정도에 지나지 않았다. ‘왜 그럴까’고 생각해보면 아마도 기후적인 차이가 크다고 생각된다.

그래서 국내 다양한 곳에서 근무하는 정원사들이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물론 외국 또는 국내에 근무하거나 공부하는 정원사들이 한결같은 걱정하는 것이 바로 제초작업이다. 비율로 보자면 일반적인 식물관리에 비교해 제초작업의 비율이 2~3배 정도 높다. 아마도 정원이라 생각하면 식물을 가꾸는 일을 더 하고자 하는 것이 정원사들의 생각이지만 현실과는 맞지 않는 부분이 많다.

오늘 필자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잡초에 대한 생각을 조금 바꿔 정원과 함께 가야 할 또 다른 식물유전자원이라는 것을 얘기하고자 한다. 풀은 겨울이 끝나고 낮 기온이 올라가면서 발생하는데 뽑고 뽑아도 올라온다. 정말로 화가 날 정도로 올라오는데 왜 그럴까? 문득 대학시절 교수님이 말씀했던 얘기가 떠오른다. ‘만약 잔디밭에 장미 한 송이가 피어있다면 과연 잡초는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정답은 장미입니다. 이것은 목적하지 않고 키우고자 하는 식물이 아니라면 바로 그것이 잡초이지요.’ 

그럼 잠시 잡초에 대해 정리된 것을 알아보면 크게는 개피, 토끼풀, 괭이밥, 망초 등과 같이 광엽의 잡초가 있고 강아지풀, 비름, 방동사니, 여뀌 등과 같은 일년생 잡초가 있다. 다년생으로는 늘 생육하는 쑥, 쇠뜨기, 바랭이, 민들레 등이 있다. 정원 어디에서든 쉽게 접하는 풀들이지만 우리는 이런 식물을 잡초라고 해서 홀대하고 아무렇지 않게 훼손하고 있다.

‘풀님’, ‘자연지킴이’…잡초의 또 다른 이름
이 시점에서 언제부터 우린 잡초라고 불렀는지 의구심이 드는데 농업은 약 1만 년 전에 시작되었으니 그때부터 잡초는 있었다고 추정할 수 있다. 정원의 시작은 인간이 채소를 가꾸던 채소정원이 정원의 시작이니 아마도 5000년 전부터가 아닌가 생각된다. 그럼 결론적으로 인간이 식물을 가꾸면서 생겨난 것이 잡초이니 잡초는 정원식물보다 더 오래되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아니다 더 오래된 것이 아니라 우리가 필요로 하는 식물이 아닌 것이 자연스럽게 잡초가 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세종 때 최초로 발간된 농사서인 ‘농사직설’에 잡초에 대한 얘기가 등장한다. 얼마나 관리하기 어려웠으면 농업기술서에 등장했을까. 그만큼 인간에게 필요한 식물은 잡초라고 부르는 식물에 비교해 병해충으로부터 약하기 때문이다. 다른 생물에 비교해 우위를 점하는 인간은 정원도 보고 싶은 식물만 보고자 하니 관상 가치가 떨어지는 식물은 잡초라는 이름도 없는 식물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럼 잡초는 이 지구상에서 없어져야 하는 식물일까? 필자는 잡초를 풀님 또는 자연 지킴이라고 불러주고 싶다. 지금까지 20여 년 식물이 살아가는 정원을 관리하면서 터득한 것은 제거하지 못할 바에야 같이 가는 것이 좋다고 생각된 것이다. 지구상에서 꽃이 피지 않는 식물은 어디 있으며 종자를 맺지 않는 식물은 어디 있단 말인가. 하찮은 잡초라 할지라도 자세히 들여도 보면 기능적으로나 미적으로나 좋은 식물이 더 많다. 인간과 함께 공생해온 아니 먼저 살아온 잡초는 지금부터 풀님인 것이다.

정원을 관리하면서 그동안 많은 잡초를 제거하기 위해 인간은 불을 지르거나 농약을 치거나 기계적 처리를 하거나 생물학적 방제 등 큰 노력을 기울여 잡초를 괴롭혀 왔다. 그러면 잡초는 우리 정원에서 사라졌는가? 정원을 갈아엎어도 다시 우뚝 솟아오르는 잡초, 그만큼 지구에서 살아온 날들이 많은 것에서 비롯된 연륜은 아닐까 생각한다. 작은 정원들이 많이 있는 식물원은 다양한 구성들이 모여  그룹을 만들어 제초작업을 한다. 이들 정원사는 예초기, 승용로터리, 농약분무기 등 인위적인 요소를 사용해 잡초를 제거하는데 이건 전적으로 정원을 잘 가꾸기 위해서 모인 이유도 있지만 정원마다 식물마다 잡초의 제거방법이 다르기 때문에 이렇게 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친환경, 생태, 자연환경 등 좋은 말들이 난무하지만 필자가 보기에는 정갈하게 정리된 정원보다는 드문드문 잡초들이 자라는 것이 좀 더 정원다워 보인다.

주식물의 생육 방해하지 않을 정도로만 제거
최근 들어서 잡초라고 불리는 식물들에 대해서 다른 시각으로 접근하는 사람들이 많이 생겨나고 있다. 필자 또한 제초작업을 조금 달리 접근해서 현장에서 응용하고 있는데 무조건 제거하는 것이 아닌 적당히 제거하는 것으로 방향을 선회한 것이다. 가령, 주말농장의 작은 텃밭에서 상추를 키우는데 잡초를 자주 뽑아주는 것이 아니라 잡초가 상추의 생육을 초월한 경우에만 생육을 잠시 멈추게 한다면 어떨까? 쉽게 설명하면 뽑는 것이 아니라 지상부 일부분만 잘라주는 것이다. 그러면 불필요하게 상추의 근원을 낮추기 위해 멀칭도 필요하지 않을뿐더러 잘린 풀은 거름이 되고 해충의 먹이가 되는 풀도 남겨놓고 복사열로 인한 토양은 건조화도 막아 보수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불필요하게 잡초를 제거하는 노동력, 시간, 시비 등의 비용을 절감해 더 경제적이고 잡초를 죽이는 것이 아니라 동반자로 살아가자는 것이다.

우리가 인위적으로 장미, 백합, 소나무 등을 심어 가꾸는 정원이 아무리 좋아도 자연이 만들어낸 잡초정원보다 더 아름답기는 쉽지 않다. 주변을 둘러보면 흔하게 보이는 공터에서 우리 심고 가꾸지 않아도 자연은 잡초를 이용하여 정원을 만들어낸다. 보도블록 사이, 담벼락, 나무아래, 옥상의 귀퉁이 등 우리가 관심 두지 않은 곳에도 자연의 정원, 즉 잡초정원은 존재하는데 이것이 진정한 정원이 아니라면 무엇이 진정한 정원인가.

최근 들어 정원에는 많은 교배, 육종 및 유전공학 등을 통하여 화려하고 아름다운 식물들이 새로이 등장하지만, 잡초와의 경쟁력에는 매우 약한 편이다. 또한 직업적인 면에서 3D업종에 해당하는 조경과 원예 전공자의 부족으로 가드너의 수도 점차 줄어들고 있다. 우리가 좀 더 현실적으로 정원을 관리하고자 한다면 정말 필요한 시기에 하는 것이 중요하고 제초할 것과 말아야 할 것을 구별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된다.

필자는 앞서 미생물농약 편에서 얘기한 것처럼 일반적인 식물중에서 잡초는 강한 독성을 가지고 있는 종들이 많다. 우린 이런 식물을 한약재 또는 약재로만 사용하고 있지만 정작 정원 식물과 혼용하여 심지는 않고 있다. 심으면 너무 잡초가 번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고 아니면 내가 가꾸는 식물이 공격당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도리어 정원 식물을 지키는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 현실이다. 여러분도 한번 정원에서 시도해 보신다면 좋을듯하다고 생각되는데 초기에는 원하는 결과를 당장 얻기는 쉽지 않다. 그렇다고 시도하는 것을 두려워한다면 정원을 가꾸기는 매우 힘들지 않을까.

잡초의 종류, 토양환경, 광조건 등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잡초도 잘만 이용하면 무엇보다 좋은 정원을 만들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가꾸고자 하는 식물의 생육속도를 잡초가 추월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며 그 시기만 정원 식물이 이겨낸다면 잡초와의 경쟁력도 높아질 것이다. 정원관리에 있어 제초작업에 대한 고민을 덜어낸다면 아마도 여러분은 좀 더 좋은 정원을 만드는 식재, 전지, 번식 등 다양한 활동을 더 할 수 있을 것이다. 잡초는 제거대상이 아니라 정원 식물과 함께 살아가는 공생관계로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며 잡초는 모든 식물과 공생하는 동식물 생태계의 기반과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다.

토양 질소 고정, 미네랄 공급 등…정원에 유익한 환경 제공 
정원의 역사를 보면 알 수 있듯이 다양한 구조적인 시설을 추구한 적도 있었고 특정 식물의 조합을 선보인 정원도 있었고 기후적인 특성을 표현한 정원도 있었다. 최근에는 새로운 정원식물을 찾는 작업도 한계에 이르러 새로운 식물을 찾기보다는 가치를 모르던 식물을 재조명하는 작업을 많이 시도하고 있다. 단순히 인간이 먹는 채소로만 여겨지던 식물도 정원에 도입되고 식량작물, 약용작물로 생각되던 식물도 정원에 도입되고 있다. 한발 더 나아가 잡초를 혼식하면 더 좋은 경관을 연출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 시작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우리 정원에서 자라는 잡초를 제거하지 않고 지상부를 일부 절제한다면 그 옆에 자라는 식물에는 어떤 효과가 있을까. 잡초의 뿌리가 자라면서 토양의 입단화를 형성하고 공극을 만들 것이다. 잡초의 부산물은 미네랄 공급원이 되고 또한 잡초가 계속해서 자라면서 정원 식물의 근권 온도를 낮추는 멀칭의 효과도 있으며 궁극적으로 병해충을 막아내는 전진기지 역할도 가능하다.

몇 가지 설명을 하자면 콩과식물이 토양 내에서 질소고정을 하는 것은 다 아는 이야기일 것이다. 그래서 우리 선조들은 돌려짓기(윤작)과 콩과식물을 심는 사이짓기를 통해 토양의 안정화를 힘써 왔는데 과연 그 효능이 어느 정도인지 아는 이는 많지 않다. 보통 화학비료 등에 포함된 질소를 정원식물이 흡수한다. 이중 콩과식물은 대기 중에 있는 질소성분을 흡수해 뿌리부분에 저장, 식물이 이용하게 하는 것이 질소고정작용이다. 화학비료는 과다하게 공급되면 식물이 미처 흡수하지 못하고 용탈되어 토양층의 하부에 집적되는데 뿌리혹박테리아가 동원된 질소고정은 식물이 원하는 시기에 질소성분을 공급하므로 더욱 효과적이라 할 수 있다. 분홍색 꽃을 아름답게 피우는 자생식물인 자운영도 콩과식물로 정원에 효과적으로 활용한다면 다양한 방면으로 효과를 볼 수 있는 식물이기도 하다.

이처럼 콩과식물뿐 만이 아니라 민들레, 뽀리뱅이, 환삼덩굴 등과 같이 다른 식물에 타감작용을 하는 식물도 정원에서는 천대받지만 잘만 이용한다면 정원에 심어진 관상식물과 함께 공생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

우리는 지금껏 정원을 만들 때 꽃색, 수형, 무늬, 개화기간, 개화시기, 초장 등 외형적인 부분만을 보고 디자인을 했다면 이제부터는 식물의 기능적인 부분도 생각해야 한다. 아무리 아름다운 식물과 정원도 인위적으로 인간에 의해서 지속적인 관리로 유지가 된다면 한번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또한 지속해서 보식, 제초, 시비 등 다양한 정원활동이 동반된다면 자연으로 되돌리기 위한 정원활동은 재수정되어야 한다고 판단된다. 필자는 생태학자도, 환경가도 아니다. 그러나 정말로 식물을 위한다면 우리는 식물의 처지에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아름다운 정원의 꽃을 더 많은 식물과 인간의 희생이 필요하면 정원으로서의 기능은 없지 않을까.

테두리 정원 프로젝트, 정원의 완충작용 텃밭
정원에 심은 식물은 고작 10㎝ 내외의 토양에 뿌리를 내리지만, 잡초는 20㎝ 내외의 토양에 뿌리를 내린다. 이건 단순히 뿌리의 길이가 긴 것이 아니라 보다 많은 토양을 객토하는 효과와 토성을 변화시키는 작용을 하는 것이다. 매년 새로운 식물을 심는데 객토와 같은 활동을 하는 것보다 한 포기의 잡초를 키우는 것이 더욱 효과적인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친환경 방제를 하면서 무당벌레 얘기를 하곤 한다. 무당벌레 한 마리가 진딧물을 하루에 40마리를 먹는다고 너도나도 앞다퉈 무당벌레를 키우는데 이러한 활동도 중요하지만 무당벌레가 살 수 있는 환경을 먼저 만드는 것이 좋지 않을까. 정원 식물이 유달리 해충으로부터 공격을 받는 것은 정원 식물밖에 없기 때문일 수 있다. 만약 잡초에 옆에서 자란다면 정원 식물보다 잡초가 먼저 공격을 받겠지요. 그래서 최근 주목을 받는 것이 ‘테두리정원 프로젝트’이다. 이것은 원하는 정원의 가장자리에 병해충의 공격에 강한 잡초(식물)를 심거나 미리 공격을 받게 하여 정원의 손상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가끔 정원디자인에서 모서리 부분이나 띠녹지 형태의 디자인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곳에 심어지는 식물을 테두리정원 프로젝트를 활용한다면 보다 아름다운 정원을 가꿀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필자의 경험으로 보면 미역취, 소리쟁이, 알리움 속 식물, 배초향, 짚신나물, 자리공, 쇠뜨기, 부처꽃 등이 보편적으로 효과를 보였다. 이젠 정원에 식물을 심더라도 조경에서 이야기하는 완충녹지와 같이 정원내에서도 완충 잡초밭을 만든다면 객토효과, 무기물공급, 통기성 증대, 근권 온도 저감 등 다양한 잡초식재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이제 잡초는 제거 대상이 아니라 정원에서 기존의 식물과 함께 살아가는 동반식물이고 공생식물이다. 이름 모를 식물이라고 살아가는 이유가 없는 것은 아니다. 단지 우리가 이름을 모르고 활용을 모르는 것뿐이다. 지금도 Plants Hunter라는 식물사냥꾼들은 전 세계에서 필요한 유용자원식물을 찾고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진행되고 있다. 가치를 몰랐거나 다른 활용도를 찾고자 하는 것이다. 잡초는 이제 무한한 경제적 가치를 가지고 있는 유용식물자원으로 한 단계 도약해야 한다. 정원은 인간을 위한 위락시설이 아닌 식물을 위한 삶의 터전임과 동시에 잡초가 살아갈 자리이기도 하다. 

이 글을 읽는 분들은 이제부터 잡초보다는 동반식물 또는 정원의 협력자라 불러 주면 좋겠다. 말하지 못하는 잡초는 이 지구상에 인간보다 먼저 태어난 중요한 식물유전자원이기 때문이다.

생태적인 잡초 제거 TIP

- 잡초는 주기적인 제초보다 잡초의 종자결실 전에 한 번 정도 하는 것이 적정함
- 토양층이 드러날 정도의 잡초제거는 더 많은 잡초의 발생을 초래함
- 적정한 초장의 잡초는 식재된 정원 식물의 생육에 통기성과 그늘을 제공함
- 제초시 토양층 굴취 보다는 근권부의 절단이 더 경제적이고 효과적임
- 잡초의 제거 보다는 더 경쟁력 있는 정원 식물을 심어 혼식패턴을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함
- 잡초는 한 번에 제거되지 않으므로 장기적으로 정원식 물의 혼식을 통해 줄여나감
- 잡초도 꽃대제거, 전지 및 전정 등을 통해 토피어리가 가능함
- 무조건 제거가 아닌 상생의 연결고리로 보아야 함(멀칭, 질소고정 등에 도움이 됨)
- 잡초는 심는다고 잘 자라지 않는다. 잡초는 관리자의 무관심을 보여주는 근거임

글·사진: 이정철 서울식물원 식물연구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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